나눔터

불이 난 자리에 사랑이...

2008.11.29 09:16 3,20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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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도 아닌 남의 땅. 그 곳에 집을 짓고,
장애인 형 대신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고등학교 면접일을 코 앞에 둔 중3 딸과  중1 딸, 그리고  어린이 집 다니는 7살 아들과
남들이 보기엔 무너져 갈 듯한 허름한 집이지만
여섯 식구에겐 그지없이 포근한 삶을 살았다.

비록 번듯한 직장 하나 없이 일용직으로 근근히 살아도
비록 경제가 너무나 어려워
비록 겨울이라 그나마 일자리도 없어졌지만
그래도 삶의 터전인 집을 짓는 목수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던 가장이었다.

그 날은,
불이 난 그 날은,
모두가 집을 나간 사이에
부엌에서 음식을 해 먹으려고 불위에 푸라이팬을 올려놓고
바깥 방 연탄불을 갈려고 할아버지가 나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너무나 산동네라서 소방차가 올라갈 수가 없어 그 허름한 집은 순식간에 타버리고
할아버진 자기의 실수로 홀랑 타 없어진 집을 하염없이 보았다.

그렇게 홀랑 타버린 가난한 집을 도와준 이들은
값비싼 옷을 입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같이 근근히 일용직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이웃들이
아무 것도 없는 집을 위해
집에서 쓰던 그릇 몇 가지, 입을 옷 가지들, 화장지...
그렇게 조금 씩 조금 씩 쇼핑백에 담아서 가지고 왔다.

엔젤어린이집의 7살 승준이는 자기 집이 홀랑 불탄 것도 모르고
그저 수녀님들이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서
임시로 빌린 월셋방에 들른 것이 그저 신이 나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함께 슬픔을 나누고자 찾아 온 이모는
이렇게 저렇게 찾아온 사람들을 보며 말한다.
"불 난 집이 아니라 잔칫집이네..."

불 탄 집...
그 집에 다른 곳으로 이사 갈 능력도 없이 또 남의 땅이지만
정들었던 그 곳에 집을 짓기 위해
일용직의 사람들이 모였다.
미쟁이 노릇으로,
도배로...

그렇게 돈이 없는 그들은 자기들의 능력을 나누고 있다.

도와주실 분들은
강원도 원주시 봉산동 원주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 내
엔젤어린이집 우 마르타 수녀님
033- 731-1123 / 010-529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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